진료실에서 드리는 짧은 글 · 22

안녕하세요. 바른신경외과 이종혁입니다.

발끝이 자꾸 바닥에 걸립니다. 허리디스크 때문일까요?

“걸을 때 발끝이 자꾸 바닥에 걸립니다.”

“슬리퍼가 한쪽에서만 자꾸 벗겨집니다.” “엄지발가락을 위로 올리려는데 잘 안 됩니다.”

이런 변화가 생기면 허리디스크를 떠올리는 분이 많습니다. 실제로 허리에서 나오는 신경에 문제가 생겨 발목 힘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릎 바깥쪽을 지나는 신경이 눌려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발목에 힘이 빠진다는 사실만으로 원인을 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족하수(Foot drop)는 하나의 병명이 아닙니다

발목을 위로 들어 올리는 힘이 떨어져 걸을 때 발끝이 끌리는 상태를 족하수, 또는 발처짐이라고 합니다. 특정 질환 이름이라기보다 근력 저하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원인은 허리에서 나오는 L5 신경근, 좌골신경, 무릎 바깥쪽 비골두 주변의 총비골신경, 드물게는 뇌나 척수 등 중추신경계에 있을 수 있습니다.[1] 그래서 먼저 어느 위치의 신경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살펴야 합니다.

허리디스크와 비골신경병증은 어떻게 다를까요?

L5 신경근에 문제가 생기면 발목과 엄지발가락을 들어 올리는 힘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때로는 허리나 엉덩이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통증이 동반되고, 발을 안쪽으로 돌리는 힘이나 엉덩이 근력에도 변화가 나타납니다.

총비골신경은 무릎 바깥쪽 비골두 주변을 지나갑니다. 뼈 가까이 비교적 얕게 위치해 외부 압박에 취약합니다. 다리를 오래 꼬거나 쪼그려 앉은 뒤, 무릎 주변을 다치거나 보조기에 눌린 뒤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2]

이 경우 발등과 종아리 바깥쪽 감각이 둔해지고, 발목을 위로 들거나 발을 바깥쪽으로 돌리는 힘이 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특징만으로 두 질환을 확진하지는 않습니다. 두 문제가 함께 있거나 다른 위치의 신경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신경의 기능과 구조를 함께 확인합니다

진찰에서는 엄지발가락과 발목을 올리는 힘, 발을 안팎으로 돌리는 힘, 무릎과 엉덩이 근력을 나누어 확인합니다. 감각이 둔한 범위와 반사도 함께 살펴봅니다.

필요한 경우 신경전도검사·근전도로 신경과 근육의 기능을 평가하고, 초음파로 총비골신경의 경로와 굵기·모양, 주변의 낭종이나 압박 구조를 확인합니다.[1][2]

기능은 기능검사로, 구조는 초음파로 봅니다. 두 검사는 서로를 대신하기보다 함께 해석할 때 도움이 됩니다. 허리 신경근 문제가 의심되면 척추 MRI 등 영상검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갑자기 발목 힘이 빠졌다면 기다리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통증이 심하지 않더라도 신경 기능이 저하돼 있을 수 있습니다. 전날까지 괜찮았던 발목이 갑자기 들리지 않거나 근력이 빠르게 악화한다면 가능한 한 당일 의료진의 평가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갑작스러운 얼굴·팔의 마비나 언어장애, 양쪽 다리의 근력 저하, 대소변 조절 이상 또는 회음부 감각 저하가 동반되면 즉시 응급실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바른신경외과에서는 이렇게 살펴봅니다

발끝이 끌리는 증상이 생겼을 때 중요한 것은 처음부터 특정 치료를 고르는 일이 아닙니다. 어떤 움직임이 약해졌는지 확인하고 신경의 경로를 따라 가능한 원인을 구분합니다.

필요하면 신경전도·근전도, 말초신경 초음파, 척추 영상 소견을 함께 살펴 추가 검사와 치료·재활의 방향을 정합니다. 원인이 허리인지 무릎 주변의 신경인지에 따라 다음 단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목의 힘이 떨어졌다면 어느 신경에서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바른신경외과 원장

이종혁